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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후회를 참 많이 해요. 단순히 "아 어제저녁에 야식을 먹는 게 아니었는데"부터 시작해서, "학창 시절에 좀 더 놀아볼걸"처럼 먼 과거를 회상하며 후회하기도 하죠. 그럼 우리가 말하고 느끼는 후회라는 감정이 다 같은걸까요? 

 

많은 학자들은 우리가 말하는 감정을 여러 개로 나누어서 보곤 해요. 왜냐하면 한 단어로 말하는 감정 안에서도 뭔가 다른 현상들이 벌어지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awe라는 감정이 있어요. 경외심이라고 하면 괜찮을 것 같네요. 불빛이 거의 없는 곳에서 하늘을 쳐다보면 별 빛이 쏟아질 듯이 반짝거리는 걸 상상해보세요. 반면에 마치 토르가 나타난 것 마냥 천둥 번개가 엄청 크게 내리쳤다고 생각해보세요. 두 상황 모두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이지만 뭔가 종류가 다른 경외심이에요. 이처럼 후회라는 감정 역시 여러 개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가장 흔하게 나누는 분류가 action vs. inaction regret과 hot vs. wistful regret이에요.

 

Action/Inaction regret은 행동한 것에 대한 후회인지 아니면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인지를 얘기해요.

초기 연구에 의하면 행동한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후회를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후회의 강도가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해요.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순간적으로 강하게 후회를 느끼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강해 지거나 아니면 후회의 정도가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서, 오랜 시간 걸쳐서 생각해보면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행동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 더 크다고 해요. 즉, 순간적으로는 action regret이 후회의 정도가 강하지만 inaction regret은 오랫동안 그 감정이 유지/강화되어 순 후회의 정도가 더 크다는 얘기예요. 

 

Hot/Wistful regret은 후회되는 사건이 얼마나 가까운/먼 과거에 일어났는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이 두 예를 생각해보세요. "어제 시험을 봤는데 망했어. 좀 더 공부했어야 했는데" vs. "비록 50년 전이지만, 내 첫사랑한테 고백 한 번 해보지 못한 게 정말 후회가 돼." 전자의 경우 당장의 후회의 강도는 세지만 아주 오래가지는 않아요. 그리고 부정적이고 화나는 후회죠.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먼 과거를 회상하며, 말로는 후회한 다곤 하지만 좀 더 과거를 그리워하는 느낌이 강해요. 전자의 경우를 hot regret이라고 하고, 후자의 경우를 wistful regret이라고 해요.

 

이 두 개의 분류법은 비슷한 듯 다른 점이 있어요. Hot regret은 주로 행동한 것에 대한(action regret) 거고, wistful regret은 주로 행동하지 않은 것(inaction regret)에 대한 거예요. 하지만 inaction regret은 고통스럽고 action regret보다 총후회의 합이 높은 반면에 wistful regret은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정도로 후회의 강도가 약해요. 쉽게 말해, wistful regret은 주로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인데, 어떤 학자들은 inaction regret은 그 후회의 정도가 크다고 말하는 반면에 어떤 학자들은 wistful regret은 후회의 정도가 약하다고 말하는 거예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논문이 나왔어요.

Gilovich, T., Medvec, V. H., & Kahneman, D. (1998). Varieties of regret: A debate and partial resolution.  Psychological Review, 105, 602-605.

 

실험 1. 

이 실험에서는 실험 참가자 절반에게는 지난주(A)에 행동한 것과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떠올리게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그들의 삶에서(B) 행동한 것과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떠올리게 했어요. 그러고 나서 이런 후회의 경험들이 다른 hot emotions (e.g., angry)과 wistful emotions (e.g., nostalgic)을 얼마나 느끼게 했는지 물어봤어요. 그 결과,

1. hot emotions은 inaction regrets보다 action regrets과 연관이 깊었고,

2. wistful emotions은 action regrets보다 inaction regrets과 연관이 깊었고,

3. (B)가 (A)에 비해 wistful emotions와 연관이 깊었으며, 

4. inaction regret에 대해 얘기를 할 때, 3의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어요.

이 실험을 통해 wistful regret은 inaction regret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hot regret은 action regret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게 나타났죠? 그렇지만 아직은 wistful regret이 정말 wistful 혹은 "pleasantly sad"한 어떤 그리움 같은 건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실험 2. 

일단 inaction regret이 정말 action regret보다 순간적으로 강하진 않지만 여전히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감정일까에 대해 실험을 해요. 이번에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행동한 것에 대한 후회와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생각해보게 해요. 그러고 나서 그 후회가 다른 hot (e.g., angry), wistful (e.g., nostalgic), and dispair (e.g., sad) emotions를 느끼게 했는가를 물어봐요. 그 결과,

1. 행동한 것에 대한 후회와 비교해서,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despair emotions를 느끼게 했으며,

2. 행동한 것에 대한 후회와 비교해서,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wistful emotions를 느끼게 했어요.

즉, inaction regret이 wistful emotions과 연관이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감정인 게 나타났어요.

 

세 번째 실험 역시 실험 2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어요. 

 

정리를 해보면, inaction regret과 wistful regret은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근데 inaction regret을 소개한 학자들(Gilovich와 Medvec)은 이 후회를 부정적이고 길게 보면 action regret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으로 말하는 반면에 wistful regret을 소개한 학자(Kahneman)는 부정적인 것보다는 nostalgic 한 감정에 가깝다고 말해요. 이 논문에서 나타난 결과는 Gilovich & Medvec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아요. 즉, 오랫동안 지속된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wistful 하기보다는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있어요. 우리가 과거의 후회를 떠올릴 때, 잠깐 일순간 떠올릴 때도 있고 오랫동안 후회해온 기억을 떠올릴 때도 있어요. 첫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 만약 고백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종종 하고 있다면 참 생각하기 고통스러운 기억일 것 같아요. 하지만 이 후회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연히 기억이 났다고 해봐요. 여전히 고통스러운 기억일까요? 후회도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지 않나요?

 

개인적으로는 action/inaction regret과 hot/wistful regret 사이에 다른 층이 하나가 더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논문에는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논문이 있을까요? Intere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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