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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과관계에 대한 논문을 설명해볼게요.

포스팅 제목이 너무 광범위한데, 좀 더 정확히는 "우리는 왜 행동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행동한 것 때문에 어떠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정도가 되겠네요.

오늘의 논문이예요.

Henne, P., Niemi, L., Pinillos, A., De Brigard, F., & Knobe, J. (2019). A counterfactual explanation for the action effect in causal judgment. Cognition, 190, 157-164.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어떤 회사가 경품을 추천해서 준대요. 근데 오직 광고 이메일을 받는 고객만을 상대로 한대요. 그래서 광고 이메일 구독을 했고, 그 결과 경품을 받았어요.

조금 다르게, 이번에는 다음을 상상해보세요.

똑같이 회사가 경품을 추천해서 주고, 역시나 그 대상은 광고 이메일 구독자들이예요. 근데 나는 이미 예전부터 광고 이메일을 구독중이예요. 그 결과 경품을 받았어요.

위의 경우에는 구독을 한 후 경품을 받았고,

아래의 경우에는 구독 해지를 하지 않은 후(혹은 그냥 가만히 있어서) 경품을 받았어요.

객관적으로, 둘 다 경품을 받게된 원인이예요.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난 구독 해지를 하지 않아서 경품을 받았어" 라고 할까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행동"을 어떤 결과의 원인으로 생각을 하고, 행동하지 않은 것을 원인으로 잘 생각하지 않죠.

이를 action effect, 행동효과, 라고 해요.

그렇다면 왜 그럴까요?

이 논문은 두 가지 가능성을 언급해요.

(마치 이 둘을 비교하는 것 처럼 논문을 썼지만, 사실상 이 둘을 비교하지는 않아요.)

하나는 generative explanation이라고 해요.

굳이 해석하지는 않을게요.

이 설명에 의하면, 행동은 어떠한 양적인 에너지를 동반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 인과관계를 이러한 에너지 혹은 힘의 움직임으로 본다는거예요. 물리적으로 인과관계를 설명하는거죠.

다른 하나는 counterfactual explanation이예요.

counterfactual 은 전 포스팅에서도 설명했다시피, 사실과 반대되는 생각을 말해요.

어떤 과거의 사건이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는 거죠.

이럴 때, 우리는 행동하지 않은 것에 비해 행동한 것에 대해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이 부분에는 이견이 좀 있긴 해요.)

따라서 이러한 반사실적 생각 때문에 행동한 것을 원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거죠.

(혹시 이 counterfactual thinking에 대해 전반적으로 궁금하시다면 아래 포스팅 참고해주세요.)

[사회심리학 논문 읽기] - Counterfactual thinking (반사실적 사고)

 

하지만 overdetermination 상황에서는 행동효과가 사라지고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요.

Overdetermination은 원인이 여러개인 상황을 말하는데, 이 원인을 다 만족시키지 않아도 되는거예요.

예를 들어, 어떠한 결과를 위한 조건 A와 B가 있어요. 이 둘 중 하나만 만족시키면 결과를 얻을 수 있는거예요.

위의 예로 다시 설명해보면,

광고 이메일 구독자 혹은 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을 주는거예요.

그럼 구매 이력이 있으면 광고 이메일을 구독하지 않아도 되죠?

하나의 조건을 달성하면 충분히 경품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좀 더 자세히 생각해보세요.

구매 이력이 이미 있는데, 광고 이메일을 구독했어요. 그럼 광고 이메일 구독이 경품과 인과관계가 있을까요?

반대로 구매 이력이 이미 있고, 그래서 광고 이메일을 구독하지 않았어요. 그럼 광고 이메일을 구독하지 않은게 경품과 인과관계가 있을까요?

전자의 경우에 사람들은 인과관계가 낮다고 판단을 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인과관계가 낮지도 높지도 않다고 판단을 해요.

전자는 행동을 했고, 후자는 행동을 하지 않았어요.

즉, 행동 효과와는 다르게 이 overdetermination 상황에서는 행동하지 않은걸 원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커져요.

 

 

그럼 다시 generative 와 counterfactual explanation으로 돌아와서,

generative explanation에 의하면 overdetermination에서도 행동한 것의 인과관계가 더 크다고 생각해야 해요.

이 설명에 의하면 무조건 행동하는게 인과관계가 더 커야하죠.

반면에 저자는 counterfactual explanation에 의하면 overdetermination 상황에서는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인과관계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해요.

우리가 행동에 대해 반사실적 생각을 할 때는, 행동이(혹은 행동하지 않은 것이) 결과를 발생시키는데 필수적인지(necessary) 자동적으로 판단한다고 해요.

예를 들어, "내가 광고 이메일을 구독하지 않았으면 경품에 당첨되지 않았을꺼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경품을 받기 위해 구독이 필수적인지 판단한다는 거죠.

반면에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사실적 생각을 할 때는, 행동하지 않은 것이 결과를 발생시키는데 충분한지(sufficient), 다시 말해, 광고 이메일 구독을 한다고 반드시 경품에 당첨이 되었을까를 판단한다고 해요.

이 때, 만약 행동 혹은 비행동이 결과를 발생시키는데 필수적(necessary)이라고 생각이 되면 그걸 원인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거죠.

이어 저자는 overdetermination의 상황은 결과를 위한 충분한(sufficient) 상황이지 필수적(necessary)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행동한 것을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줄어든다고 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네요.

overdetermination 상황에서는 행동을 하던 안하던 둘 다 경품을 타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은 아니예요.

그렇다고 행동을 해도 안해도 경품을 100% 탈 수는 없죠.

즉, 이 경우에는 counterfactual explanation에 의하면 행동/비행동 둘 다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가 낮아야 될텐데 말이죠.

그리고 딱히 counterfactaul explanation을 끌고 오지 않더라도 괜찮지 않았나 싶어요. 왜냐면 실험에 counterfactual 에 대한건 하나도 없거든요.

그리고 통계도 잘못되었어요. 계층 구조(multilevel)가 없는데 multilevel analysis를 했네요.

그리고 샘플 수도 지나치게 많고요. 샘플 수가 많으면 왠만한 건 다 유의해요.

 

하지만 흥미로운 건, 우리가 인과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예요.

만약 A 그리고 B가 있어서 C가 발생했다.

라고 하면, 행동이 중요한 인과관계의 포인트가 돼요.

하지만 A 혹은 B가 있어서 C가 발생했다 라고 한다면

행동하지 않은게 중요한 인과관계 판단 근거가 되고요.

 

이 논문은 "왜" 라는 질문에 답하고 싶어 하지만

실상은 이 현상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있어요.

왜 라는 질문에 생각해보고 연구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즐거운 연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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